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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십 개의 상을 수상하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된 작품이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가 인생의 모토인 남자 '오대수', 어느 날 그는 퇴근길에 납치된 후 15년간의 감금 생활을 하다 풀려난다. 그리고 오대수는 자신을 가둔 '이우진'이라는 남자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이우진이 사랑한 여자 '수아', 그리고 오대수가 사랑한 여자 '미도', 이 캐릭터들을 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올드보이'속 모든 사건의 계기 '복수', 우리(인간)는 왜 복수를 하고 싶어 할까?라는 답변으로 '자존심의 회복을 위해 인간은 복수하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우진이 사람을 15년간 가둔 이유의 근원에 '자기의 존재가 흔들릴만한 어떤 피해를 오대수한테 입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된 오대수가 감금방에 갇힌 지 1년이 되었다.
감금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사림이 되어버린 오대수, 갑자기 아내가 살해당하고 본인이 용의자로 지목되는 뉴스까지 보게 되었다. 하지만 오대수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인간한테 무서운 감정 중의 하나가 무력감이라고 생각한다. 영문도 모르고 갇혀서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상황을 학습하게 되면 찾아오는 '무력감'. 오대수는 지난 1년간 감금되어있던 상태, 그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는 게 맞을까? 영화 장면에서 오대수의 피를 뽑아가고, 오대수의 지문이 묻은 컵을 수거해간 장면이 보였기에 오대수의 혈흔과 지문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이다. 또 특이했던 점이(보도 내용에서) 귀중품이나 없어진 물건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가족앨범만이 분실이 됐다. 이점으로 보아 갑자기 실종된 오대수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조작된 사건 현장이다.
2. 자신이 왜 감금됐는지 알 수 없는 오대수, 이유를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감금되기 전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잘못한 일을 써 내려가는 오대수. 이우진은 노트 제목처럼 '사필귀정'이라는 문구를 통해 오대수에게 감금할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려준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피해자들은 범죄사건 이후에 감정의 여러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가 '부인'이다. 굉장히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현실을 부정하여 현실을 직시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부인의 단계가 지나가면 두 번째 '분노'의 단계가 온다. 화가 나고 슬픔도 느끼고, 마지막으로 '자책'을 느끼게 된다. 노트에 글을 써 내려가는 오대수는 마지막 단계인 자책을 느끼는 단계로 판단된다. 오대수가 감금 방에서 15년간 먹은 음식 '군만두'. 15년 만에 풀려난 오대수가 선택한 첫 음식은 '산 낙지'. 15년 만에 풀려나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산 낙지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자 하지 않았을까.
3. 산 낙지를 먹기 전 오대수는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아쓴데.
전화를 한 사람은 오대수를 감금했던 장본인 이우진이다. 이우진의 대사 중에 '내가 중요하진 않아요 왜가 중요한 거지'라는 말은 이렇게 된 건 나 때문이 아니고 너 때문이야 라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런데 감금 전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오대수, 무엇이 그를 그렇게 바꾼 걸까? 그것은 복수심 때문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대수한테는 복수가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또 있다. 대체 자신을 누가 왜 가뒀는지 이다. 15년간 먹은 군만두를 추적해 감금됐던 곳의 위치를 알아낸 오대수.
4. 관리자를 고문해 자신을 감금시킨 이유가 담긴 이우진의 15년 전 녹취 테이프를 손에 넣는다.
이우진의 '말이 많다'라는 대사는 오대수의 감금이 '말'때문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말이 범행 동기가 되는 사건이 많이 있을까?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말', 그래서 말이 매개가 돼서 범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오대수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미도'라는 존재가 나오게 된다. 이 두 사람은 횟집에서 만난 후 서로 끌리기 시작한다. 미도와 오대수를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개미'이다. 오대수는 감금된 뒤 몸에서 개미가 나오는 환각을 보게 되고, 미도 역시 지하철에서 큰 개미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개미의 환각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생각된다. 미도의 삶에서 존재하지 않는 '15년 전 사라진 아빠',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 그리움을 계속 갖고 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미도의 속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5. 추적 끝에 도착한 곳은 오대수의 모교, 그곳에서 드디어 이우진의 정체가 드러난다.
모교에 있는 자료들을 뒤지던 중 발견한 이우진의 기록. 그 기록에는 이우진의 누나 '이수아'에 대한 기록도 쓰여있다. 고교 시절 오대수가 전학을 간 뒤 근처 댐에서 자살했다는 이수아. 친구에게 전화해 자세한 내용을 듣던 중 친구의 통화 내용을 엿듣던 이우진이 갑자기 오대수의 친구를 살해한다. 이우진은 흥분한 모습으로 능숙하게 살인을 한다. 이우진은 이전에 살인 경험이 있었을까? 냉철함을 잃고 극도의 흥분을 하는 이우진의 반응으로 볼 때, 누나인 이수아와 관련된 일은 그에게 엄청난 약점일 것 같다.
6. 드디어 오대수는 자신이 15년간 감금된 이유를 알게 된다.
어릴 적 이우진이 사랑했던 여자는 다름 아닌 친누나 이수아. 두 사람은 그들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애정 행각을 한다. 그런데 이 장면을 목격한 어린 시절의 오대수. 서울로 이사 가는 날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어린 대수. 오대수의 감금은 어린 시절 오대수가 소문을 퍼트린 것에 대한 이우진의 복수였던 것. 이우진의 행동에 태도 차이를 보이는 미도와 대수는 관찰자와 경험자의 차이이다. 15년이라는 건 살인을 저지르면 받게 되는 15년간의 형벌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우진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낸 오대수.
7. 마침내 감금 생활에 대한 복수를 위해 오대수는 이우진의 펜트하우스로 찾아간다.
오대수는 이수아가 상상임신이 아닌 이우진의 아이를 실제로 임신한 걸로 착각해 이우진에 의해 살해됐다고 추측을 한다. 오랜 시간 지났음에도 아직도 누나의 사망 사건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는 듯한 이우진의 보습이 보인다. 그리고 아마 오대수한테 그 정도의 고통을 주면 본인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거라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수아를 ㄹ죽인 것이 정말 단지 '오대수의 말'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게 어떤 단초를 제공했을 수는 있지만 누나가 죽는 현장에 이우진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오대수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이우진의 잘못된 정당화를 그린 영화라고 생각한다.
8. 복수를 실행하려는 오대수, 그때 이우진은 박스 하나를 가리킨다.
오대수를 '가둔 이유'보다 '풀어준 이유'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우진. 잘 포장된 박스 하나를 가리킨다. 박스 안에 들어있던 것은 오대수의 가족앨범이다. 감금이 끝난 뒤, 오대수가 사랑하게 된 '미도'는 다름 아닌 자신의 딸이었던 것이다. 오대수를 풀어준 건 이우진이 느낀 천륜을 어기는 고통을 똑같이 주기 위함이었다. 즉 15년간의 복수를 한 이우진에게는 '근친상간'에 의한 누나의 죽음이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이다.
9. 수아가 댐에 빠져 죽은 그날의 진실이 드디어 밝혀진다.
이수아가 죽은 날을 회상하는 이우진. 사랑하는 친누나를 잃고 싶지 않아 붙잡던 손을 놓지 않으려는 이우진은 결국 손을 놓치고 이수아는 댐 아래로 떨어진다. 슬픔 속의 그날을 회상하며 우진은 최후의 자살이라는 결정을 내린다. 과연 이우진은 이수아의 손을 놓은 걸까? 놓친 걸까?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걸 덮으려 했던 이수아와 살인은 아니지만 누나의 의견에 동조했던 이우진이었다. 문제는 자신 탓을 안 하고 '오대수가 그 소문을 퍼트려서 이렇게 됐다'라고 즉 오대수는 이우진에게 누나의 죽음을 원망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이우진을 살게 했던 원동력은 바로 오대수였다. 결국 마지막에 자살을 선택한 이우진, 자신의 혓바닥을 자르고 최면을 통해 모든 기억을 지우려는 오대수. 그렇다면, 두 사람 중 복수에 성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둘 다 실패했고, 둘 다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된다.
10. <올드보이>로 본 '복수'의 의미는?
이 영화에서 '복수'와 '시간'이라는 키워드가 있는데 복수할 때 그 복수가 끝나고 나서 결국 '복수를 위해 내가 쓴 시간이 정말 가치가 있던 것인지?', '복수 때문에 내 인생을 낭비한 건 아닌지?' 이런 질문을 해보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두 사람에게 상처만 남긴 서로를 향한 복수극 <올드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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