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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의 바람을 타고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다
2000년~2004년 사이 인화학교라는 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성폭행했던 사건입니다. 인화학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말도 잘하기 불편하고 그러다 보면 지능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약한 아이들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습니다. 실제보다는 소설이, 소설보다는 영화가 수위를 낮춰 사건을 표현했지만 사회가 받은 충격은 대단히 컸습니다. 케다가 실제 판결문을 보면 현실은 미디어보다 훨씬 더 잔혹했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들
첫 수사에서 가해자는 6명, 피해자는 9명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끔찍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학교의 폐쇄성입니다. 학교의 모든 관계자가 친척 관계였고, 모든 권력을 한가족이 장학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외부인이 통제되는 기숙학교였고, 상당수 교사들은 불법 기부금을 내고 채용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만큼 학교의 울타리는 견고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피해자들이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약자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이들의 부모님도 장애인인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도움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여러 안타까운 이유가 뒤엉켜 안에서 생긴 인들이 밖으로 퍼지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3. 숨길 수 없는 날카로운 현실과 엄격했던 사회
세상에 사건이 알려지게 된 대에는 한 교사로부터 비롯됩니다. 학부형으로부터 딸이 행정실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재단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을 다른 교사들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같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던 이 교사는 모른 척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농아학생들이 겪은 고통과 피해는 본인이 겪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코 침묵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교사의 용기 있는 제보로 2005년 처음 세상에 알려집니다. 이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유는 참혹하고 끔찍한 최질에 비해 너무나 경미한 재판 결과 때문입니다. 학생을 폭행했던 교장은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3년 받았고, 행정실장은 징역 8개월, 동일범 교사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가해자 일부와 은폐 공모자들은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가벼운 처벌이 나왔는지 알아보면 그 당시 법이 가해자들에게 유리했습니다. 당시 성범죄는 친고죄에 해당했는데 친고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만 수사와 재판이 가능합니다. 즉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거나 고소 후 합의를 ㅇ한다면 그 순간부터 처벌할 수 없는 최인 것입니다. 또한 당시 친고죄의 고소 기한은 범인을 알고 난 후 1년까지였는데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여러 가지 심리적 상황으로 고소 기한을 넘긴 사건들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4. 쇠를 녹일 정도의 뜨거운 그릇 : 도가니
소설의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선고 공판이 있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인턴기자의 스케치 기사 한 줄 때문이었습니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기 때문입니다. 도가니는 쇠를 녹일 정도의 뜨거운 그릇을 말합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슬픔이나 격정에 들끓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날의 법정이 도가니만큼 뜨겁고 가능할 수 없는 슬픔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5. 문화의 힘 그리고 공감의 힘
소설과 영화가 나온 이후 나라 전체가 도기니가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재수사요청 서명운동이 이어지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많은 살마들의 공분으로 완전히 다른 국면이 시작된 것입니다. 2011년 도가니 사건을 위한 경찰의 특별수사팀이 창설되었고, 당시 불기소되었던 사건들까지 재수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가해자들의 판결이 이어지며 인화학교는 폐교하게 됩니다. 소설과 영화, 그리고 국민들의 많은 힘들이 모여 바꿔놓은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련법 또한 개정되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성폭력에 대한 법이 대폭 수정되었고, 장애인이나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폭행하는 경우 고소 기한 없이 언제든 수사할 수 있도록 친고죄가 폐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사회복지 법인의 폐쇄성도 큰 원인이었는데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며 1/3은 외부 추천 공익이사를 선임하고 감사는 전문직 종사자로만 채용하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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